고유 명사
공감각 비콘
과학 기술
- 분류
- 과학 기술
고유 명사 설명
은하를 탐험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문명들은 끊임없는 분쟁과 교류를 향한 갈망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분쟁 또한 소통의 형태 중 하나였지만, 피를 흘려 공멸하는 것보다는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를 누구나 원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정확한 번역」을 이루어내기 위한 기술 개발에 돌입하게 되었다.
그러나 언어 정보가 다른 문자 체계로 번역될 때 일어나는 왜곡과 손실은 너무나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역사적 기록에 의하면 스타피스 컴퍼니는 과거 6,000여 개의 언어를 담은 ≪번역 족보≫를 편찬했으나, 데이터의 양이 너무 방대했던 탓에 실용화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한다. 더욱이 언어는 생물처럼 성장하는 존재였기 때문에 문명의 진보에 따라 단어와 방언, 속어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이에 따라 번역의 난이도는 지수함수를 그리며 증가했다. 게다가 「리들러」의 방해 때문에 은하 간 교류의 어려움은 커져만 갔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번역」이라는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는 「지니어스 클럽」 #56번 회원 엘리야 살라스에 의해 해결되었다. 그는 천재들 사이에서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냈다.
「문명 생물의 사고 활동은 주로 내적 언어의 형태로 표현된다. 마치 사람들이 책을 읽을 때 어떤 단어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뭔가를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전달 과정을 건너뛰고 서로의 지각을 직접 연결해서, 한쪽이 보내는 내적 언어의 코드를 변환하여 상대방의 언어 인지 시스템에 맞게 자동으로 환원시킨다면… 이것으로 의사소통 장애는 해소될 것이다」
——≪교류와 소통의 예술에 대한 생각을 적은 원고≫ 자서전, 엘리야 살라스
엘리야 살라스는 이 가설을 바탕으로 「공감각 비콘」의 프로토타입 한 쌍을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천재들의 교류를 막는 것은 언어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오만함도 있었다는 것이었다. 클럽의 회원들은 그의 발명을 무시했고, 이 획기적인 발명은 수백 년 동안 잊혀졌다.
이 언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은 늘 스타피스 컴퍼니를 괴롭혔다. 그래서 그들은 이번에는 자신들이 자금을 대고 있는 「지식학회」에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을 내렸다. 학자들은 고대의 기록물 중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해내어 개조했다. 그리고 마침내 「공감각 비콘」을 복원해내는 데 성공했다. 성간 대교류의 시대가 열린 것이었다.
오늘날 「공감각 비콘」은 은하에 존재하는 모든 지적 생명체의 기초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주사 한 번으로 중추 신경계에 신호기를 설치하기만 하면 머나먼 별의 외계어를 모국어처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아쉽게도 의사소통의 실현은 우주의 평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아니, 분쟁은 오히려 늘어만 갔다. 서로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더라도 사물을 보는 시각은 전혀 달랐기 때문에 다툼은 끊이지 않았다. 다른 자들을 쓰러뜨리기 위해, 다른 문화를 압도하기 위해 사람들은 열심히 서로를 사냥할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현상은 엘리야 살라스도, 「지식학회」도 예측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