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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금단의 열매를 삼킨 이단

터널 유물 · 4부위

머리, 손, 몸통, 다리로 이루어진 유물 세트입니다.

손

이단의 주사 장갑

연구원의 주사기가 장착된 실험용 장갑. 비릿하고 달콤한 그 액체 속에서 고대의 포효가 떠오른다

어떻게 하면 얕은 접시에 거대한 고래를 담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단 하나의 뇌로 「지식」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녀는 해독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유혈극은 가장 사소한 일에 불과했고,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헤매는 일은 결코 허용되지 않았다.

이제 금속 주사기는 그곳에 조용히 놓여 있다. 바로 그곳에——주사기 속에는 고대의 유전자가 흐르고, 평범함을 초월하는 비밀이 담겨 있다. 그녀는 이미 수많은 생명체를 대상으로 실험을 마쳤으며, 이번에는 바늘 끝을 자신의 동맥에 찔러 넣었다.

펄펄 끓는 원질이 혈관으로 밀려드는 순간, 세계는 수억 조각의 반짝이는 빛무리로 변했다. 그녀는 추락했다. 한 층 또 한 층 어둠을 뚫고 지나, 원시적으로 태동하는 바다로 돌아갔다. 그분은 포효하며 오래된 대지에 내려앉았고, 뭇 신들은 과거로부터 온 우주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녀는 「보았다」. 곤돌라가 거센 물결을 거슬러 오르고, 광대의 가면이 뜯겨 땅에 나뒹구는 것을. 미미한 점 하나가 호탕하게 웃고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자신」을 향해 돌격하는 것을. 자기 자신이 바로 거대한 야수였다. 그녀는 우주의 주름진 틈새에 자리를 잡았다. 포식하고, 찢어발기고, 통곡하고, 음미하며 ——이내 보름달을 삼켜버렸다.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났다. 칠규에서 뜨거운 액체가 동시에 쏟아져 내렸다. 손을 뻗자 새빨간 피가 가득했고, 그녀는 마치 우인처럼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거였어…. 우리는 퇴화의 길을 걸어야만 해, 그분들이 바로 그곳에서 기다리고 계시니까!」

「편협한 인간의 지혜는 필요치 않아.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을 해독하기만 해도 우리는 우주의 기원을 엿볼 수 있어」 그녀는 자신이 이미 지식의 심연을 보았다고 확신했다

몸통

이단의 이성 구속복

연구원의 작업복은 구속 장치로 가득하지만, 그녀는 잘 알고 있다. 형체가 없는 생명이 어찌 형체가 있는 육신에 구속되겠는가

처음엔 그저 평범한 작업복에 불과했다. 그녀는 이 옷을 입고 배양판과 단말 장치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주사 투여가 거듭될수록 주변에선 그녀가 점점 더 냉담해진다고 수군거렸지만, 그녀는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온정 따위는 탐구에 아무런 쓸모가 없었으니까. 깊은 밤, 그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녀는 의식을 잃었고, CCTV 영상에는 왜곡된 화면 몇 프레임만이 남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데이터를 기록하던 조수는 이내 고개를 들었고, 공포에 질린 얼굴이었다. 찢겨지고, 튀고, 울부짖고…… …… 도망쳤다.

그녀는 다시 눈을 떴다. 그녀는 열 적외선을 「보았고」, 두 손은 어떤 온기 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녀는 조수의 기억을 지우고 뛰어난 수완으로 그의 육체를 다시 만들었는데——마침 이는 그녀의 연구 성과 중 지극히 보잘것없는 일부에 불과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이변에 대해서는… 그녀는 그 어떤 감상도 늘어놓지 않았다. 「사고가 재발해 실험 프로세스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내 작업복에 구속 벨트를 추가하지」

구속 벨트의 마지막 버클을 단단히 채우자, 그녀의 머릿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점차 완성되어 갔다. 「형체가 있는 육신은 이미 방해가 되고 있고, 인간의 신경으론 결국 지식을 해독하는 중책을 감당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혜를 담아낼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예를 들면, 더욱 거대한… 뇌체라든가?

다리

이단의 허기 부츠

연구원의 가죽 부츠는 뜻밖의 사고로 입술과 이빨이 돋아나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품게 되었다. 이는 곧 지독한 고통에 시달리는 허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녀는 실험실을 거의 떠나지 않지만, 그녀의 「발자취」는 은하 구석구석을 누빈다. 생명은 언제나 원시 구역에서 우거진 지엽처럼 더 번성하며, 선조들이 남긴 흔적으로 가득하다.

바커 공, 시스탕 고목, 고대 괴수의 유해는 레인저의 피로 적셔야 한다. 아하토피아, 환조의 땅, 피와 살과 환월은 마땅히 서로 어우러져야 한다. ……

하지만 그녀가 심연을 응시할 때, 심연 역시 그녀의 모든 것을 잠식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심코 실험 시약 몇 방울을 떨어뜨렸던 그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고개를 숙이자 부츠 앞코가 쩍 갈라지며 축축한 틈새가 벌어졌고, 점막 위로 흉측한 치열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다. 「배… 배…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그것은 울부짖고 물어뜯으며, 결코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그녀에게 호소했다. 그녀는 그가 누구인지 안다. 그녀는 그의 눈을 통해 수없이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건 그가 아닌가? 굶주린 채, 영원히 만족하지 못하는……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우리에 가두었고, 허기진 울부짖음이 서서히 그녀를 향한 애처로운 울음소리로 변해가는 것을 들었다——

그녀는 이미 꿈꾸기 시작했다. 미래의 어느 날, 저 거대한 고대 괴수 또한 이처럼 자신의 지식을 바치게 될 것이라고